최약체 배트맨. '로버트 패트슨'의 더 배트맨(2022)은 재미있었나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시리즈가 '히스 레저'가 연기한 역대급 '조커'에 힘입어 배트맨의 원형을 정립한 후 과연 이만한 배트맨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소 눈치 없게 할리우드의 대표 미남 배우 '로버트 패트슨'을 앞세워 새로운 배트맨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역시 관객들의 눈이 정확함을 보였습니다.
로버트 패트슨의 배트맨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도 너무 강했다는 감독의 견해가 반영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은 사실 상당히 약한 배트맨입니다. 그는 자신의 스승과의 싸움에서도 상당히 고전했고 조커에겐 소중한 이들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그 후 사기꾼 부녀를 만나 영혼까지 털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히어로 물에서 이런 사항이 별 거 아닐 수 있겠지만, 앞서의 사항들은 배트맨이란 히어로의 특징을 과감히 깬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로버트 패트슨의 배트맨인 이 점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건 물론이고 기본 설정마저 약화되었습니다. 그는 싸움에는 일가견 있던 배트맨마저 과감히 버렸습니다. 이제 배트맨은 다수의 악당들 속에서 비호처럼 활약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다수의 악당들에게 둘러싸여 다굴이를 당합니다.
싸움에 잼병이 된 배트맨은 전장을 바꿔 악당과 두뇌 싸움을 합니다. 그리고 상대는 하필이면 두뇌 싸움이라면 자신 있는 '리들러'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배트맨이 이 분야에서도 악당에게 털립니다. 리들러는 자수성가 형 천재였고 곱게 자라 징징대는 배트맨은 리들러의 독기를 당하지 못합니다. 영화 중반까지 이래저래 털리던 배트맨은 리들러를 '국민의 지팡이'의 힘으로 제압합니다.
이 영화에서 뭘 봐야하는지 궁금해질 무렵, 관객들은 감독의 노림수를 발견합니다. 감독은 리들러가 낸 퀴즐 보며 스릴을 느끼고 이 사이에 감독이 끼워 넣은 기믹으로 이후의 스토리를 궁금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서사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과거 고담에서 벌어진 일과 주인공 브루스 웨인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들이 이용됩니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관객들이 과연 부모님 일로 징징대는 배트맨을 보고 싶어 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재로 저는 초회 차 관람에선 브루스 웨인의 부모님과 얽힌 '팔코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이 영화의 트레일러 속 액션을 기대했던 분들은 대부분 그랬으리라 추측합니다.
사면초가인 이 영화에서 눈에 들어온 건 캣우먼 정도였습니다. 조 크라비츠가 연기한 캣우먼은 역대 캣우먼 중 가장 정상인이었습니다. 악당인 팔코네를 부모로 둔 그녀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중 2병에 걸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배트맨이 고담에 나타나 여기저기 들쑤시자 어쩔수 없이 그녀도 전장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그녀는 앞선 배트맨에서 등장했던 예쁜 걸로 모든 용서를 받은 앤 헤서웨이에서 한발 더 나간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대 가장 잘생긴 배트맨인 건 맞지만 어째서인지 이상하지만 착한 동네 청년이 된 배트맨에게서 관객들이 흥미를 갖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고로 잘생긴 배트맨을 다음에 또 보게 될지 의문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