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와 로맨스, 한국의 거장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세상이 변해도 사랑은 여전히 판타지임을 보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이 말이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을 수 있겠지만 어느덧 흰머리가 뒤덮인 감독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은 크게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추리 물로도 로맨스 물로도 덜 완성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영화가 언급하고자 한 바는 우리가 아는 스토리는 아니었기에 이 부분이 문제 되진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서래와 해일의 이른바 품격 있는 로맨스의 결말이 궁금했습니다.
아이러니 한 점은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코 앞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형사인 주인공 장해준이 피의자인 송서래를 감시하는 장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 점을 인지시키려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이 점을 인지하면 비로소 영화 속 감독의 상념들이 보입니다. 지나 온 세월을 돌아보며 바뀐 감독의 가치관들이 시선을 끌기 시작합니다.
그런 이유로 해준의 이혼과 이 부부의 불륜은 도리어 가볍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여유를 찾고 나면 해준 부부의 문제들이 마치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이며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이 감독의 메시지는 아닙니다. 다소 뻔하고 허술할 수도 있는 로맨스에 담긴 건 감독의 주종목이라 할 부분입니다. 역시나 이 부분이 세월의 풍파에 감독이 성숙했듯 많이 변모했었습니다. 역시 세월에 장사는 없는 건가 생각하게 합니다.
마지막 해준이 서래가 잠든 바닷가에 그녀를 찾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물론 이 장면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배경에 들리는 안개란 노래 덕분입니다. 그리고 안개가 가리는 건 둘의 마음이 아니라 두 번 살아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의미한다는 점이 가슴을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