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소는 내것이 아니야. 공포 영화 '스마일'

영화 '스마일'은 연극을 원작으로 합니다. 그래서인지 공포 영화치곤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잘 표현되는 편입니다. 이런 점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는지 공포 영화치고는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스마일의 첫인상이 썩 좋으리란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몇 년 전에 크게 유행하던 저예산 공포 영화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화 스마일과 거의 유사한 소재를 사용한 저예산 공포 영화가 이미 있었고 그 영화가 평작 이하라 평가받기에 이 영화의 홍보 콘셉트는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과거의 그 영화와는 다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보여줄 땐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그 영화처럼(트루스 오어 데어) 시종일관 섬뜩함만을 내세우지 않고 적당한 CG와 특수효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 충격적인 엔딩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기발하지 않습니다. 저주가 한 사람씩 옮겨가며 죽음으로 끌고 간다는 콘셉트는 여타 공포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한 인물을 특정하여 그가 자신에게 걸린 저주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전개는 이젠 공포 영화의 바이블 격 방식입니다.

만일 영화가 이처럼 '링'과 같은 구조에서 그쳤다면 단순한 '제이 호러'의 아류이겠지만 이 영화는 여기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가미했습니다. 바로 '스마일 엔티티'란 악마의 설정이 그것입니다. 이 스마일 엔티티는 일종의 전능한 같은 존재입니다.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존재이며 그가 가진 목적도 인간의 가치관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이 엔티티가 가진 능력이 실로 어마 무시해 그에게 대항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 존재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미지의 존재인 '스마일 엔티티'를 찾아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경험한 특이한 사고로부터 시작된 일이 점차 주인공을 조여 오고 궁지에 몰린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사건의 원류를 찾아가며 미지의 존재는 점차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인공 로즈는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집니다. 정신과 의사인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미소를 보이며 자살하는 환자를 목격합니다. 이 일은 그녀에게 심한 트라우마를 주어 그녀의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당최 벗어날 수 없는 편집증과 환상은 더 심해지기만 할 뿐 나아질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로즈는 자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이 사고에 많은 특이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도울 이를 찾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습니다. 현제 그녀의 곁에 있는 인물들은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할 뿐입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헤어진 연인 조엘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를 진심으로 도왔고 그 덕분에 로즈는 사건의 배후에 있는 스마일 엔티티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녀가 찾아낸 저주를 깨트릴 방법은 자신에게 저주를 건넨 사람을 살해하고 그 장면을 다른 이에게 보여 그 사람에게 저주를 넘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런 짓을 할 수 없었던 로즈이기에 그녀가 꺼낸 최후의 수단은 희생이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희생하여 이 저주를 끝내려 합니다. 그러나 이조차 '스마일 엔티티'의 계산 내였고 그녀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며 저주는 그 고리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방식은 분명 '스마일 엔티티'에게 위협이 된 듯 보입니다. 그녀가 저주의 고리를 끊으려 하자 스마일 엔티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분노인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도운 조엘을 저주의 다음 대상을 삼고 맙니다.

여러모로 현대 사회의 일면을 담은 듯해 보이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앞서 말한 바대로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잘 추적한 점입니다. 그 덕분인지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스마일 엔티티'의 존재가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래간만에 나온 괜찮은 공포 영화인 만큼 공포 영화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