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집의 영화리뷰

샘레이미 감독의 그루지(2020)

리뷰맛집 2021. 12. 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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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지라고 하면 일본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공포영화 주온을 북미 버전으로 옮긴 영화를 말합니다. 원작이 워낙에 히트를 했기에 미국판 주온인 그루지는 사실상 배우만 바뀌었을 뿐 일본판 주온을 고스란히 가져왔죠.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아무리 슬래셔 호러가 대세인 북미라지만 이상하리만치 관객들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북미 관객들이 오컬트 영화에 냉담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엑소시스트라든지 스켈레톤 키라든지 혹은 유전같은 영화에 반응했던 관객들이기에 딱히 오컬트에 대한 거부감도 없습니다.

샘 레이미 그루지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입니다. 

이래저래 생각해도 결론은 미국 버전으로 바꾼 그루지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데요. 문제점을 찾아보려면 먼저 원작인 주온이라는 영화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톡 까놓고 말해서 주온이 공포영화로써 한 획을 그은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평소 두려워하는 것들을 교묘하게 뭉쳐 놓은 영화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뭉쳐 놓은 것들이 동양적인 혹은 일본인들이 두려워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미국 버전으로 바꿔 봤자 큰 감흥이 없었을 겁니다.

 

 이번에 개봉한 그루지는 기존의 영화들과 달리 미국 버전으로 바꾼 영화입니다. 그래서 주온에서 나오던 그 귀신 가족들이 나오지 않죠. 단지 기본적인 컨셉만 동일하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면 저주받은 집에 방문하면 이유불문하고 죽게된다는 점 그리고 죽기 전까지 방문자 주변에 귀신이 알짱거린다는 점, 저주를 벗어나기 위해서 상식적인 방법들을 동원해 보지만 다 부질없다는 점 등은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이 분이 답도 없는 저주를 미국을 갖고 왔다.

그러한 영화의 제작을 샘레이미가 맡았습니다. 미쳐버린 공포영화 이블데드를 탄생시킨 샘레이미는 적어도 공포영화에서 있어서는 장인인데요. 그가 감독을 맡았으니 못해도 '드레그 미 투 헬' 정도는 되리라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 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무섭지가 않습니다. 감독이 처음 보는 물건을 조작할 줄 몰라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귀신이 등장하는 타이밍은 맞았지만 귀신이 희생자를 처리하는 방법은 영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 감독이 정말 샘레이미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애할 수 없는 센스의 점프 스케어 장면.

결국 그루지는 묻히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그루지 시리즈가 또 나올지도 의문스럽네요. 그루지 시리즈가 이렇게 마무리되는 건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단 동양과 서양의 감성 차이인 듯 합니다.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샘레이미의 영화가 보시고 싶은 분은 찾아 보셔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