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 페이스'로 대표되는 슬래셔 호러 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이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원작이 지닌 컬트적인 매력으로 오랜 시간 호러 영화 팬들의 맘 속에 있던 영화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모했습니다.
이전의 리메이크 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났습니다. 과거의 리메이크는 매번 '레더 페이스'란 살인마에 기대어 동일한 내용의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우선 영화는 처음부터 레더 페이스가 과거 살인을 저질러 마을의 전설이 된 일을 언급합니다. 믿기 힘든 과거의 사건 탓에 마을은 텅 비어 가지만 주인공 일행은 언제나 그랬듯 이 소문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마을을 찾습니다.

유명 인플루언서인 주인공 일행은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겠다는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러 레더 페이스의 도시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으로 이 마을에는 각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원작의 아담한 살육 파티에서 이미 많이 벗어나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스토리에 팬들의 의구심이 일 때 레더 페이스의 살육이 시작됩니다.

이 레더 페이스에 대해선 이래저래 할 말이 많습니다. 간단히 이 살인마를 살펴보면 우선 그는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단 특징이 있습니다. 그는 영화의 중후반에서야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활동합니다. 그런 이유로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은 영화 초반 낯설고 위험한 장소에 조금씩 갇히는 주인공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왔지요.

그뿐 아니라 같은 살인마 라인의 제이슨, 프레디 같은 살인마들에 비해 레더 페이스의 능력은 초라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는 애초에 인간이 아닌 프레디에 비해 만만해 보이고 그나마 인간미 있는 제이슨에 비해 움직임이 둔합니다. 물론 그런 데에 비해 이 둘보다 더 뛰어난 생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건 이 특징들이 이번에 모두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고유한 특징을 버린 레더 페이스는 학살자가 되어 마을에 모인 사람들을 대량 학살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팬들이 바라던 소심한 살인마의 모습은 사라지고 레더 페이스는 제이슨이라도 된 양 전기톱을 마구 휘두르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는 과거 영화의 시그니쳐 장면이었던 섹시 미녀의 도주까지 생략해버립니다. 그리고 이를 대신해 영화는 어린 소녀 둘이 레더 페이스에 맞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 놀라운 대결은 영화의 특성상 언더독의 반란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더 이상 레더 페이스라 부르기 힘들어진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13일의 금요일의 아류작이 되었습니다. 물론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의 원류가 '13일의 금요일'의 아류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의도치 않게 명작이 된 원작은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특징은 리메이크되면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모습을 버린 채 아류라는 본래의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이번 영화 자체는 상당히 맘에 듭니다. 그래도 아직은 레더 페이스만의 특징이 유지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시리즈 물로 나온다면 그 생각이 바뀔 듯합니다. 이 분야에는 더 매력 있는 살인마들이 이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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